*스포일러 없음
무엇이든 저택 안을 걸어갈 때는 항상 혼자이다.
셜리 잭슨, <힐 하우스의 유령>
넷플릭스에서 재밌게 본 드라마 <힐 하우스의 유령>
그 원작이 바로 공포 소설의 대가 셜리 잭슨의 동명 소설이다.
드라마를 정말 정말 정말 재밌게 봐서 이 장면이 어떻게 소설로 묘사되었을까, 기대하며 읽었는데 드라마와 내용이 아예 달라서 놀랐다. 적어도 가족 이야기가 중점이겠거니 했는데 원작은 아예 박사가 연구를 위해 사람들을 힐 하우스로 사람들을 모았던 것.. 반전이었던 빨간 문의 방 이야기도 없었다.
책에서는 힐 하우스의 이름이 저택 뒤의 언덕(Hill) 때문에 붙여졌지만 드라마에서는 힐 가문이 소유란 집이어서 힐 하우스라고 하는 점도 틀리다.
그렇다고 실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매력적인 힐 하우스를 배경으로 또다른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줄거리
소설 <힐 하우스의 유령>는 심령 현상에 관심이 있는 몬터규 박사가 힐 하우스를 대여하고 그곳에서 자신을 도와줄 비서를 고용하면서 시작한다. 힐 하우스의 대여 조건(힐 하우스를 소유한 가문의 사람이 한명 동행해야 한다)이었던 루크가 가장 먼저 이 일행에 합류한다. 그 다음으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시어도라, 또 어릴 적 심령 현상을 겪었던 경험이 있는 엘리너가 합류해, 총 네명이 힐 하우스에서 지내게 된다. 소설은 엘리너의 시선과 심정을 따라가며 전개된다.
이들은 서로 끈끈한 유대감을 가지며 가족처럼 지내는가 했지만, 엘리너는 점차 다른 세명이 자신을 따돌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엘리너는 최근 오랜 시간동안 병간호를 했던 어머니를 여의고 언니의 아기방에서 얹혀 살면서 불안정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그는 사람들에게 속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인물이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더욱 엘리너는 사소한 사건과 사람들의 반응을 과민하게 받아들이며 따돌림을 당한다는 의심을 하게 되고, 불안을 감추지 못한다. 거기에 힐 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심령 현상은 엘리너의 정신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고, 급기야 엘리너는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소설의 초반, 엘리너는 난생 처음 스스로의 결정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들뜬 마음으로 힐 하우스로 향한다. 아름다운 시골길의 풍경을 마음껏 즐기고, 어딘가 지나치게 신난 모습이 전형적인 공포 장르의 도입부 같지만 나쁜 일이라곤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분위기이다. 그러나 고개를 넘어서자 불현듯 다가와버린 힐 하우스는 단숨에 그 분위기를 잡아먹고 서늘함을 준다.
힐 하우스는 혐오스럽기 짝이 없고, 병들었어. 지금 즉시 떠나야 해.
셜리 잭슨, <힐 하우스의 유령>
이때부터 정말 재밌어진다. 도서관에서 이 부분을 읽는데 어찌나 두근거리던지.. 드라마가 주는 시작적인 공포도 있지만 역시 묘사를 읽고 상상함으로써 다가오는 공포가 정말 쾌감을 준다🙃
엘리너는 불친절한 집의 관리인을 따라 자신의 방을 소개 받으면서도 당장 나가고 싶어한다. 어떤 집은 일련의 사건을 겪고 사악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사악하게 지어지기라도 하는듯. 마치 살아있는 듯한 힐 하우스는 엘리너가 오기라도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것이 엘리너를 여기까지 부르고 이끈 것 같은 강렬한 인상을 준다.
책은 하루 만에 다 읽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늦은 밤에야 다 읽었는데 그 때문에 결말이 더욱 섬뜩하게 다가왔다. 읽다보면 종종 엘리너의 상상인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장면이 있다. 다시 읽어야 알 수 있을 것 같은… 엘리너가 힐 하우스를 점점 “home”으로 인식해가는 과정이 소름돋는다.
얼른 셜리 잭슨의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제비 뽑기>도 읽어보고 싶다.
⭐️⭐️⭐️⭐️⭐️
+)
책을 읽고 나서 드라마도 다시 봤다. 재밌는 건 책과 내용이 아예 다르지만 등장인물의 이름들은 나온다는 것. 원래도 얼굴이나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해서 기억 못하고 있었다.